본문 바로가기

HRDer

조용한 중단(Quit Quit), HRD관점으로 바라보기

대 퇴직시대(The Great Resignation)의 도래와 함께 ‘조용한 중단(Quiet Quitting)’에 대한 언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직원들이 다양한 이유로 회사를 떠나고 있으며, 떠나지 않는 이들도 조용한 중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덧. Quiet Quitting은 국내에서는 조선일보 기사(22.8.22)에서 ‘조용한 관둠’으로 번역했습니다.
단어의 어감상 ‘퇴사’로 오인받을 수 있어 본문에서는 맥락적으로 ‘조용한 중단(quitting)’, ‘조용한 중단자(quitter)’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이하의 내용에서는 편의상 Quiet Quitting를 QQ로, Quit Quitter는 QQer로 지칭하겠습니다.

 


조용한 중단(Quiet Quit, QQ) 이란

  • quitt 는 사전적으로 그만둠, 중단 등을 의미함. 단, 그만둔다 = 퇴사는 아님
  • 고용된 일을 넘어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캐시 카프리노, CNN 인터뷰)
  • 일하기로 계약된 시간동안 일하며, 추가적 교육이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중단하는 행위. 휴가 중에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 것을 포함함(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
  • 누군가에게는 받는 만큼한 일하겠다는 의미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음(CNBC 사이트)
  • 주어진 일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미국의 20대 엔지니어)
  • 자신의 직무범위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으며, 점심시간에 온전한 휴식을 보냄
  • 근무시간 외 업무관련 메시지나 이메일에 답하지 않음

워싱턴포스트(WP)는 ‘QQ의 부각은 젊은 세대가 불안정하고 경쟁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c) Unsplash

 

조용한 중단자(Quiet Quitter, QQer)의 특징

2022년 8월, 미국 ResumeBuilder에서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의 21%가 본인 스스로 ‘조용한 중단자(quiet quitter)’로 평가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다음의 특징을 지닙니다.

  • quit quitter 10명 중 8명은 번아웃(burn out)에 해당
  • 10명 중 1명은 6개월보다 업무에 더 적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
  • 응답자 중 조용히 그만두는 행위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연령대는 25~34세(25%)와 35~44세(23%) 집단
  • 의욕이 감소하고 참여가 낮아짐
  • 업무에 대해 냉소주의 또는 무관심을 나타내거나 의견을 함께 공유하기보다 침묵함

 

QQer 가 나타나게 된 이유

조직에서 ‘조용한 중단’이 나타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CNN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시간을 일에 투자하는 허슬문화에 대한 반발’이자 ‘일을 삶의 중심에 두고 궁극적으로 소진으로 이어지는 생활 방식에 대한 반발’로 설명합니다.

  • 그들은 보상을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코로나팬데믹으로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고, 재택이 증가하면서 회사 내 인간관계에 소속되기보다 가족과 개인생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열정을 갈아서 일하고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며 인정받고 싶었다면, 이제는 내가 해야 하는 만큼의 일을 하고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만큼의 가치와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직원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직원들의 ‘조직에 덜 몰입된 듯한’ 태도와 분위기는 조직에 무조건 부정적일까요? 이러한 행동은 직원들이 현재의 업무에 지치지 않고 좀 더 동기부여되고 몰입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워크홀릭으로, 야근과 함께 매일을 보내는 삶은 직원 개인과 그 가족에게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닐 겁니다.

업무와 나 자신을 일체화시키지 않기, 업무와의 적당한 거리는 오히려 권장이 필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거리는 이유없이 요동치는 기분이 되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에 기인하는 파업 행위여서는 안됩니다. 이유없는 불성실한 파업행위는 성실성에 대한 평판을 훼손하고, 게으름뱅이나 무임승차자라는 꼬리표와 함께 직원 개인의 장기적인 커리어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QQ는 직원의 입장에서 꼭 필요할까요? QQ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어떻게 해석하고 조직 내에서 어떤 행위를 실제 하고 있는가가 포인트입니다.

내가 일 없이는 못 산다는 워크홀릭이라면 지속가능한 워커이자 워라밸 측면에서 QQ는 필요할 것이고,
불성실하게 대충대충 시간을 떼우며 월급을 축내는 직원이라면(물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QQ는 그저 불성실의 핑계가 될 뿐이겠죠.

그 기준을 중심으로 생산적인 QQ, 불성실한 QQ로 나눠볼까요? 전자는 생산적인 QQer이고, 후자는 불성실한 QQ는 후자를 의미합니다(이론적 근거 없는 뇌피셜로 네이밍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현재 조직 내에서 QQ를 실행하고 계십니까? 당신은 QQer 입니까? 스스로 생산적인 QQer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당신의 주변인은 당신을 생산성적인 QQ로 생각합니까, 아니면 그 반대입니까?

 

기업 HRD 관점에서 바라보기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부정적인 ‘조용한 중단’을 막고 자신의 업무에 더 몰입하기를 원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막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수 많은 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온 MZ세대에게 ‘공정성’의 가치와 현재의 ‘일과 삶의 균형’은 매우 중요합니다. 회사에서의 소속감, 워크홀릭들이 느끼는 ‘일에서 자아찾기’는 이제 예전만큼 중요한 가치가 아닙니다. 이제는 ‘조직(직장인)으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를 분리하고 별개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받는만큼만 일한다’는 생각은 워크홀릭이라 불리며 회사에 충성해왔던 기존 세대가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존 세대가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모습은 ‘성실한’ 태도로, ‘받은 것 이상으로 일하는’ 모습이며, 이를 위해 정규 9-6시 근무타임보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했던 조직에서 성장했고 그런 문화에서 일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존 세대는 MZ세대를 가리켜 ‘태도가 성실하지 않다’, ‘전체를 보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한다’, 또는 ‘자기권리만 주장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라떼는(나 때는)” 이 말은, 그러한 경험들이 사골 국물속에 푹 녹아들어가 나온 말입니다.

현재 기업 HRD 관점에서는 직원들의 동기를 강화하고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수인재의 퇴사를 막고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 인사제도, 직원복지 프로그램 등을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처치들은 직원 동기와 몰입을 강화하고 생산적인 QQ를 유도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생산적 QQer는 직원들이 일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조직에 대한 애착을 유지하도록 만듭니다. 불성실한 QQer는 직무태만이나 업무소홀을 나타내고 조직 내에 이러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전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Q라는 단어는 새로워보이지만 기존에 없던 개념이 아닌, 지금껏 조직 내에 계속 있어왔던 개념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직장인들의 적당한 집중을 유도하는 기업차원의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한 HRDer의 고민이 계속되어야 합니다(그리고 계속될 예정입니다).

(c) Unsplash

 

 


Ref. 

정채빈 (2022.8.22). 받는 만큼만 일할게요” MZ 직장인들의 ‘조용한 관둠, 조선일보.
Megan Marples (2022.8.22). Quiet quitting is the latest workplace trend, but it doesn't mean what you think, CNN.
Taylor Telford (2022.8.21). Quiet quitting’ isn’t really about quitting. Here are the signs, Washingtonpost.
Gili Malinsky (2022.8.19). WORK 3 millennials on their experience of quiet quitting: ‘I’m not going to overwork myself anymore, CNBC.
Resume Builder (2022.8.18). 1 in 4 of workers are ‘quiet quitting,’ saying no to hustle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