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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Research

커피의 심리학

최근 일주일 간 마신 커피는 평균 몇 잔인가요?

 

커피는 저를 비롯한 직장인에게 있어 단순히 기호음료가 아닙니다. 커피는 피곤한 하루를 버텨내도록 하는 카페인 충전의 수단이자 대화의 도구입니다. 카페인에 유독 민감하거나 커피 자체의 쓴 맛을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커피란 생존을 위한 필수 툴이죠.

 

최근 EBS에서 방영한 <커피홀릭 대한민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커피전문점 시장규모는 세계 3위이며, 국민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이 512잔이라고 소개합니다. 1년에 512잔이면 52주로 나누었을 때 1주일에 9.8잔을 마시는 셈입니다. Working day(5일) 기준으로는 1일 2잔 정도겠네요.

 

©gettyimagesbank

여러분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드시나요? 저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서 하루에 아메리카노 1잔 이상은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가만히 있어도 심장의 고동과 맥박이 느껴지거든요. 특히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짙고 쓴 2샷을 넣은 아메리카노를 먹은 후면 더한 편입니다. (잦은 야근을 하는 시즌에는 커피를 몇 잔 마시든 눈만 감으면 잠드는 것은 비밀)  커피를 과하게 마신 시즌이 지나고 나면 마그네슘 부족으로 인해 눈밑이 계속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커피를 마실까요? 커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요? 스스로를 데이터 마이너라고 소개하는 송길영 대표는 그의 저서 <상상하지 말라>에서 '빅데이터 시점에서 바라본 커피' 를 설명합니다.

 

오전 9시의 첫 잔은 피곤한 아침, 뇌를 깨우기 위해 마시는 커피
오후 1시는 점심식사 후 테이크아웃으로 산 커피를 들고 산책하며 마시는 커피
오후 4시는 약간 후미진 곳, 조용한 커피숍에서 대리급 이하 직원들이 모여서 상사욕하며 마시는 커피

 

그는 그 중에서도 특히 1시의 커피에 대해 '위안'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식후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내가 아직은 주류사회에서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자랑하며 잠시 위안을 얻는 제례의식 같은 것이다. 그래서 수 많은 커피 전문점 중에서도 굳이 비싼데를 간다. 사원증 목걸이와 비싼 카페의 테이크아웃용 컵은 그들의 신분을 드러내주는 일종의 지위재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를 '각성(9시), 위안(1시), 해우소(4시)'의 감성에 비유한 것입니다.

 

같은 커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맥락에 따라 다르다는 것인데요,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 때문인지 시간대마다 잘되는 커피숍의 위치와 구성도 다릅니다. 아침에는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있는 테이크아웃전문 커피점이 잘 되고, 점심시간 경에는 식당가와 가까운 커피점이 잘 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는 오후시간쯤에는 구석에 있는 커피점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단골 커피점, 또는 쿠폰을 모으고 있는 커피점에만 가는 경우도 있겠지요.

 

 

저는 커피가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따뜻하거나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 1잔의 가치를 넘어, 그 자체로 문화이고 일상이 된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버텨낼 마음을 가다듬고, 데이트나 친구/동료와 대화할 때는 커피를 마시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위로하는 일상 속 풍경이 되지요. 요새는 공부도 도서관이 아닌 카페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사실은 저도 카공족).

 

이러한 문화의 기원은 우리의 사랑방 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는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전에는 동네의 사랑방 역할에 삼삼오오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사랑방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카페에서 만남을 갖습니다. 커피는 만남의 매개이자 촉진제이고 목적이 됩니다.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은 시간을 내어달라는 말과 같지요(물론 커피 한잔의 헌팅도 아직 유효합니다. 잘못 따라가면 원치 않게 '도를 아십니까'에 대해 듣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홀로 마시는 커피는 피로회복제가 되고 맛있는 작은 위로가 되며 돈을 지불한 작은 휴식과 문화의 공간이 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들고 온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커피 땡기지 않으세요? 커피 한 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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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커피홀릭 대한민국. EBS 다큐시선(2019. 5. 23 방영). 

송길영 (2015). 상상하지 말라. 서울: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