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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 Research

꼰대도 꼰대이고 싶지 않다

'꼰대', 그리고 '젊꼰'

 

꼰대는 본래 나이 든 기성세대가 자신의 사고나 행동방식을 젊은 사람에게 강요하는 행동을 비하하는 말입니다. 주로 '꼰대질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든 사람만을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나이는 젊지만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하듯 강요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1년 선후배 차이임에도 꼰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꼰대'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특정 계층, 사람을 비하하는 언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꼰대' 현상을 뇌의 발달과정과 연관하여 설명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pixabay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기 쉬운 이유

1. 전두엽 노화 및 기능약화로 내 생각만 고집할 때

전두엽은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지만 가장 먼저 노화하는 부위이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뇌는 인지적 능력을 컨트롤하고 감정조절이 어려워진다. 특정 주제에 대해 두서없이 말을 계속 하고 자신의 생각을 필터링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캐서린 러브데이 <나는 뇌입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한다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2. 좌뇌와 우뇌의 노화속도 차이로 타인의 말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질 때

좌뇌와 우뇌의 기능은 다르다. 좌뇌는 언어기능을, 우뇌는 주의집중과 정보처리를 담당한다. 신경심리학자 엘코넌 골드버그(Elkhonon Goldberg) 교수에 따르면, 오른손잡이의 경우에는 우뇌가 좌뇌보다 약 10년 먼저 노화가 시작된다. 우뇌가 약 50세부터 노화하기 시작하며 좌뇌는 60세경 노화가 시작된다. (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이 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말만 계속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3. 기억력이 저하되면서 언어단서 인출이 잘 안 될 때

에릭 캔델과 래리스콰이어는 <기억의 비밀>에서 이러한 현상이 출처기억(source memory)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출처나 해당 맥락은 회상하지 못하고 일부 의미만 기억하고 있는 상태로, 뼈대는 기억을 하지만 정작 그 세부적인 내용은 망각하고 인출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모두 '꼰대'라고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저 사람이 '꼰대'라고 느낄 때는 두서없고 맥락 없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을 때, 아까 했던 얘기를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 반복하고 있을 때,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네버엔딩 스토리를 반복할 때, 무슨 얘기를 해도 고집을 꺽지 않고 타인의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않는다고 느낄 때입니다.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주요 특징은 '맥락없이', '반복(지속)적으로', '나는...' 입니다.

 

꼰대이고 싶지 않다면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주로 상사나 중간관리자들이 젊은 부하직원에게 '꼰대'라고 불리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지위와 위치로 인해 업무수행방식이나 프로젝트 관리와 관련된 조언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꼰대 소리를 듣는 사람들에게도 억울한 부분은 있습니다. 상사(선배)로서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네었을 뿐인데 어느새 '꼰대상사(선배)'가 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담과 해결사례를 이야기해주면서 도움을 주고 격려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후배는 '저 꼰대가 또 시작했다'고 자신을 비하하는 걸 듣고 당황과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꼰대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포인트는 후배가 '원하고 있지 않은 조언'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밀하지 않은 상사(선배)로부터의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조언은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에 불과합니다. 이 때 '꼰대질'한다는 얘기를 듣기 쉽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요청받지 않은 조언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합니다.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굳이 제공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후배를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한 이야기라도 상대방이 그 마음을 받길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음만 못한 '꼰대질'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간에 충분한 이해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이해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언이 상사(선배)의 입장에서는 실천하고 있는 행동인가도 중요합니다. 조언을 하거나 일을 시키면서 본인도 같이 행동을 몸소 하고 있다면 그나마 이해하겠는데, 말만 하고 정작 본인은 손도 까딱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꼰대질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부하직원(후배)의 입장에서 상사(선배)로부터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모두 '꼰대질'이라고 여기는 태도 또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나와 맞지 않는 생각을 모두 꼰대라고 비하하는 것은 서로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관계는 업무의 시너지를 방해하고 생산성 저하에 영향을 미칩니다.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관리자, 상사, 선배, 동료, 후배의 말과 행동에 대해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물론 때때로 그 어떤 보살의 마음으로도 참을 수 없는 꼰대질을 시전하시는 고렙 꼰대님들이 계십니다만..)  

 

 

여러분이 타인에 대해 '꼰대'라고 표현하는 순간에 여러분 역시도 '꼰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저는 젊꼰(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그냥 꼰대일수도)인가 봅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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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이수민 (2019). 소통하는 꼰대가 되고 싶다면. 동아비즈니스리뷰, 278.